예술 문화 역사

술잔을 잡고 달에게 묻다

물곰탱이 2011. 4. 27. 20:13



把酒問月(파주문월)
술잔을 잡고 달에게 묻다 - 李白(이백)


靑天有月來幾時 푸른 하늘의 달이여, 언제부터 있었느냐?
我今停杯一問之 나 지금 술잔을 멈추고 한 번 물어 보노라.

人攀明月不可得 사람은 저 밝은 달을 잡을 수 없는데
月行卻與人相隨 달이 도리어 사람을 따라 오는구나.

皎如飛鏡臨丹闕 거울같이 밝은 저 달은 선궁(仙宮)에 걸린 듯이
綠煙滅盡淸輝發 푸른 안개 다 사라지니 맑은 빛을 내는구나.

但見宵從海上來 다만, 밤엔 바다에서 떠오르는 것을 볼 뿐이니
寧知曉向雲間沒 어찌 새벽에 구름 사이로 지는 것을 알리오?

白兎搗藥秋復春 토끼는 일년 내내 불사약을 찧고 있는데
嫦娥孤棲與誰鄰 항아는 외로이 살면서 누구와 이웃하고 있는가?

今人不見古時月 지금 사람들은 옛 날의 저 달을 보지 못하지만
今月曾經照古人 지금 저 달은 옛 사람들을 비추었으리라.

古人今人若流水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 모두 흐르는 물과 같아
共看明月皆如此 다 같이 달을 보고 모두 이와 같았으리라.

唯願當歌對酒時 오직 바라노라, 노래하고 술 마실 동안은
月光長照金樽裡 달빛이 오랫동안 술통을 비추어 주기를.



이백행음요월도(李白行吟邀月圖)> 청대(淸代) 화가 황균(黃均) 작

당나라 때의 시인 李白(701~762)은 어린 시절 부터 달을 매우 좋아 했다고 하고 또 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李白은 어려서 부터 총명하여 百家(백가)의 時書(시서)들을 모두 독파하고, 검술과 무예에도 뛰어난 재질을 갖추었으며, 임협하고 재물을 가볍게 여겼다.

小時不識月 어려서 난 달을 잘 몰라서
呼作白玉盤 흰 옥구슬 쟁반이라 불렀다
又疑搖臺鏡 또한 구슬을 박은 거울이
飛在靑雲端 푸른 구름 사이에 걸려 있는 줄 알았다



파주문월도(把酒問月圖)> 현대 중국화가 장홍천(張洪千) 작 (1981年作)


20세 전후엔 협객 도사들과 어울려 산에 들어가 은거하며 심신을 단련하였고, 26세 때 고국(蜀나라)을 떠나 遠遊(원유)하며, 안사직 제창생(安社稷 濟蒼生)의 높은 이상을 실현 시키고자 노력하였으나, 부패했던 현실 속에 이백의 고매한 이상은 용납될 수가 없었다.

抽刀斷水水更流 칼을 뽑아 물을 베어도 물은 더욱 흐르고
擧杯銷愁愁更愁 잔들어 시름 지우려 해도 시름 더욱 쌓이네.

이태백은 62세 되던 해에 채석강에서 뱃놀이를 하며 술을 마시다가 수면에 비친 달을 손으로 건지려고 하다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수면 위에 비치는 넘실넘실거리는 물결 위의 보름달을 손으로 건져 올리려는 장면은 술잔을 들고 달에게 묻는다는 '파주문월'의 싯귀에서 생생하게 각인될 것이다. 李白에게 달(月)은 어둠을 밝히는 한줄기 이상의 맑은 빛이자, 낭만의 美神(미신)이었던 셈이다.

◆ 攀[더위잡을 반] : 두 손으로 어떤 물건을 잡고서 올라감.
◆ 卻[물리칠 각] : '却'의 본자. 자신의 예상이나 희망과 상반되었을 때를 표시하는 부사.
◆ 飛鏡(비경) : '하늘을 나는 거울'로서 천경(天鏡)이라고도 함. 빛나는 보름달을 비유함. 본디 천경은 하늘의 궁전에 사는 선녀들이가지고 있는 물건을 말함인데, 李白은 선경의 환상적 분위기를 돋우려는데 사용함.
◆ 丹闕(단궐) : '붉은 칠을 한 궁전의 문'을 가리키는데, 진나라 손작(孫綽)은 신선이 머무는 곳을 '주궐(朱闕)이라 하였음.
◆ 嫦娥(항아) : 한 문제 이전까지는 '姮娥(항아)'라고도 했으며, '常娥(상아)'라고도 씀. 본래 하(夏)나라의 명궁 '예'의 부인이었는데, 예가 선녀인 서왕모(西王母)로 부터 얻은 약을 몰래 훔쳐 먹고 하늘에 올라가 달에서 혼자 산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