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

이제는 PD수첩에 묻는다

물곰탱이 2010. 4. 29. 11:56

 

이제는 PD수첩에 묻는다… 광우병 공포, 어디로 갔나

 

기사입력 2010-04-29 03:00  기사수정 2010-04-29 04:29


2년전 오늘 PD수첩은 물었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서 안전한가”

 


MBC PD수첩이 2008년 4월 29일 방송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한 장면.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동물학대를 고발할 목적으로 촬영한 이 ‘주저앉는 소’

영상을 PD수첩은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처럼 소개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논란 사라진 인터넷
‘괴담’ 온상지였던 토론방

광우병 관련글 1건도 없어

 

잘팔리는 美쇠고기
점유율 계속 늘어 올해 33%

특급호텔 21곳중 20곳 “사용”

 

발병‘0’ 인간광우병
지금까지 국내 보고사례 없어
증상 비슷한 CJD도 ‘미미’

 

MBC ‘PD수첩’이 2008년 4월 29일 ‘긴급 취재-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방영한 지 2년이 됐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된 뒤 100여 일간 서울 도심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무법천지가 됐다. 여기에 정치인과 연예인들의 광우병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과 반정부 좌파 세력의 선동, 인터넷의 온갖 유언비어가 가세해 광우병 공포가 확산됐다.


 
하지만 2년이 된 오늘 우리 사회에서 광우병 공포는커녕 광우병에 대한 문의도 없다. 당시 ‘광우병 괴담’을 만들고 퍼뜨렸던 관련 사이트가 인터넷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으며 미국산 쇠고기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인간광우병(변형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의심 사례가 보고된 것도 없다. 강신원 순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광우병 사태는 현 시점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의혹은 PD수첩이 제기하고, 인터넷이 이를 확산시키고, 정치권이 이를 이용하는 식으로 증폭됐다”고 말했다.

 

○ 인터넷에서 사라진 ‘광우병 논란’

 

MBC PD수첩이 방영된 직후 첫 시위가 발생한 2008년 5월 2일, 웹 포털사이트 다음이 운영하는 토론방 아고라의 ‘자유토론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모두 813건이었다. 이 중 90% 이상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광우병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게시판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가족이 푹푹 죽어난다’ ‘이명박은 매국노, 시위대는 독립군’ 등 광우병 괴담이나 원색적인 정부 비난이 주류를 이뤘다. 이 시위는 9일 여러 좌파단체 등이 결성한 광우병대책국민회의가 주도하면서 반정부 운동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올해 4월 27일 아고라의 같은 게시판에서 광우병 관련 글은 1건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26건의 글 중 대부분은 천안함 침몰 사건(8건)과 MBC 파업(5건)에 관한 것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론자들의 주무대였던 아고라에서도 광우병 주제는 사라졌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의혹을 제기했던 일부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도 최근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2008년 5월 1일∼6월 30일 2개월 동안 285건의 광우병 관련 기사(검색창에 ‘광우병’을 제목으로 검색했을 경우)를 올렸다. 그러나 올해 1월 1일부터 4월 27일까지 광우병 관련 기사는 7건에 불과했다.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최근에는 광우병 논란을 찾아보기 어렵다.

 

차성민 한남대 법학과 교수는 “광우병 사태, 미네르바 사건 등을 겪으며 인터넷 정보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며 “누리꾼들은 특정 의견에 대해 균형 잡힌 사고를 하려고 노력하고, 허위사실 등 거짓 정보를 올렸을 때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도 확산됐다”고 말했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세

 

최근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 쇠고기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은 2007년 6.4%, 2008년 15.2%, 지난해 26.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2월 현재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미국산의 점유율은 33.3%에 달해 호주산(50.5%)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였다.

 

올해 1∼2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통관량 기준)은 총 1만302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8684t)보다 50%(4343t)나 늘어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같은 기간 미국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산 등을 모두 포함한 쇠고기 수입량 증가율(12.8%)과 비교해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증가세는 뚜렷이 감지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는 기존에 대형마트에 치중됐던 판매처가 특급호텔, 백화점은 물론이고 중저가 쇠고기구이점, 곰탕집 등으로 다변화된 영향이 크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국내의 5성급 이상 특급호텔 21개 중에 20개 호텔이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협회의 양지혜 한국지사장은 “한때 미국산 쇠고기를 접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의 혼란 상황이 있었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 국내 인간광우병 보고 사례 없어

 

국내에서 인간광우병(vCJD) 사례는 한 건도 보고된 적이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2001년부터 표본감시기관 320여 곳을 정해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및 vCJD 발생을 감시하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은 “인간광우병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발병 원인이 전혀 다른 CJD 의심사례 보고가 2008년 28건, 2009년 30건으로 2007년보다 10여 건 늘었지만 발병률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며 “CJ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일시적으로 보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D 확진환자는 2008년 4건, 2009년 3건이었다. 전 세계 CJD의 발병률이 인구 100만 명당 0.5∼1명인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vCJD 진원지인 영국에서도 지난해 3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며 “세계적으로 소멸단계에 들어선 vCJD가 국내서만 특별히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홍성기 아주대 교양학부 특임교수는 “광우병 사태로 인한 사회 혼란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올바른 정보를 널리 확산해야 한다. 광우병 사태 때 국제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권위있는 학술대회 등을 열어 국민 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고 추후 식품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효율적일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최근 천안함 침몰 사건 민군합동조사단에 국제 전문가를 포함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우정렬 기자, 우경임 기자

 

http://news.donga.com/Society/3/03/20100429/27958395/1&to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