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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 닫고 '연아 타임', 20분간 거래 반토막

물곰탱이 2010. 2. 27. 23:47

MT뉴스

주식창 닫고 '연아 타임', 20분간 거래 반토막

 

6주만에 '블랙→골드 프라이데이'

증권가, 피겨에 빗댄 투자형 분석 회자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입력 : 2010.02.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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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서 직원들이 모여 김연아 선수의 경기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주식 창을 꺼놓읍시다. 오르든 말든 창 꺼놓고 경기 봅시다. 대한민국 화이팅."(네티즌 ID 마카벨리)

"저는 돈 잃었지만 오늘 연아 금메달 따면 좋겠네요."(네티즌 ID 금촌)

2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날아온 김연아 선수의 '금빛' 소식은 주식시장도 멎게 했다. 투자자들은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대신 TV 앞을 찾았고, 경기 후에도 증시나 종목 대신 김연아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분석하기 바빴다.

지난주까지 5주째 금요일마다 증시가 폭락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공포도 개인의 매수세 속에 이날만큼은 없었다.

이날 개장 이후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열리기 전인 오후 1시20분까지 유가증권시장의 1분당 평균 거래량은 88만4000주, 거래대금은 72억원.

하지만 경기가 시작된 1시20분부터 1시40분까지는 각각 40만5000주와 45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1시40분 이후에는 거래량 102만9000주, 거래대금 103억원으로 다시 회복됐다.

이날 인터넷 포털 종목 게시판에는 아침부터 '오늘은 잠깐 쉬자'며 주식 차트가 아닌 김연아 선수의 과거 기록 차트를 분석하는 글들도 올라왔다.

여의도 증권맨들도 넋을 놓고 경기를 지켜봤다. 증권사 한 직원은 "경기가 시작될 때는 트레이더들도 차트 앞을 떠나 TV 앞으로 모두 모여들었는데 세계신기록 소식에 환호하며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날 증시도 금요일마다 급락하는 징크스를 깨고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7.07포인트(0.45%) 오른 1594.58로 마감했다. 그리스 재정난 우려에 미국 고용지표 충격 등 악재가 겹치며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개인들의 투자심리는 그리 냉랭하지 않았다.

지난주 금요일(19일) 174억원 순매도하며 코스피 급락에 일조했던 개인은 이날만큼은 390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반면 이날 외국인은 1327억원 팔아치웠다.

황현돈 신한금융투자 대리는 "장 중이어서 바쁜데도 옆부서 동료들까지 몰려와 김연아 선수를 응원했다"며 "미국 증시 하락 여파로 오늘도 급락할까 걱정했는데 김연아 선수가 증시를 떠받치는 데 일조한 것 아니냐"며 흥분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마침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불안해 손해를 보더라도 팔고 정리를 할까 고민했는데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왠지 모를 기쁨에 당분간 더 보유하기로 맘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날 김연아는 캐나다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받아 총점 228.56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올림픽 종목이나 선수를 빗댄 주식 투자 스타일도 증권가에 회자되고 있다.

우선 '김연아형'. 3회전 매매를 기본으로 하고 손실 없이 완벽하게 착지하는 매매전략을 구사한다. 기분이 좋을 땐 007처럼 한방 쏘기도 한다.

'아사다마오형'도 있다. 충동매매가 있고 일본의 골수팬들처럼 주변에 우수 고객이 많으며 3회전 매매시 자꾸 실수를 한다는 게 특징이다.

거래량이 많은 곳에서 매매를 하는 것을 뜻하는 '쇼트트랙형'도 있다. 쇼트트랙 경기가 한번에 많은 선수들이 경기장을 돌기 때문. 짧은 시간에 매매를 하고 나와야 하며 거래를 하다가 잠깐만 실수해도 손해를 보는 스타일을 말한다.

'스피드스케이트형'은 한 종목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투자성향을 빗댔다.

 

http://stock.mt.co.kr/view/mtview.php?no=2010022611401942236&type=1&EMV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