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테크

"차라리 파리라도 날렸으면…" 너~무 없는 거래

물곰탱이 2012. 12. 27. 09:09

 

"차라리 파리라도 날렸으면…" 너~무 없는 거래

 

2012.12.27 05:35

 

- 9·10대책후 거래 반짝증가, 부동산중개업자들 "9·10효과는 딱 한달"

- 아파트값 하락 지속, 취득세 감면 유명무실…매매보다 전월세 선호


- 미분양 무덤 용인, 하락폭 큰 대형 몰린탓…할인분양에도 거래안돼


 

↑용인 성복동 한 아파트단지내 현수막. "계약전에는 고객님! 계약후에는 나몰라라!"라는 문구가 눈에 띤다. 옆에는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면제를 내세운 미분양 광고가 함께 붙어있다.ⓒ송학주 기자

 #1. "지난 9월 반짝하더니 10월 중순부터 매매가 뚝 끊겼어요. 9·10대책 시행 후 잠깐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늘어나는가 싶더니 호가만 올려놓고 다시 거래가 사라졌죠. 전세 찾는 이들만 있을 뿐 집 사려는 사람들은 없습니다.."(경기 용인시 성복동 S공인 대표)

 #2.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어요. 얼마까지만해도 세금혜택을 묻는 전화라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어요. 손님이 없을 때 '파리 날린다'고 표현하는데 지금 심정은 파리라도 날렸으면 좋겠어요. 9·10대책 효과는 한 달 전에 이미 끝났어요."(경기 성남시 운중동 W공인 대표)

 지난 26일 돌아본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9·10대책의 시한이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추운 날씨만큼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성탄절 연휴 직후여서 그런지 부동산중개업소 2곳 중 1곳은 문을 열지 않았다.


 

↑판교의 한 상가 분양사무소. 영업을 안 한지 오래됐는지 문고리에 붙어 있는 고드름이 눈에 띤다.ⓒ송학주 기자

 정부는 지난 9월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감면과 미분양 양도소득세 면제를 골자로 한 9·10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했다. 9월24일 시행 이후 급매물과 미분양을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 둘째주(3~7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4% 하락한 데 이어 셋째주(10~14일) -0.05%, 넷째주(17~21일) -0.04% 등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 분당 등 신도시 아파트값도 같은 기간에 0.02%씩 3주 연속 하락했다.

 관계자들은 경기전망이 불투명한데다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실수요자들까지 매매보다 전·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격하락세가 지속되다보니 이달말 종료되는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기 위한 이른바 '막달효과'도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강남구 R공인 관계자는 "계절적 영향을 감안해도 거래위축 정도가 심각하다"며 "취득세 감면에 대한 기대보다 새정부가 출범한다는 기대가 커 더 기다려보자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 성복동 도로에 오피스텔과 미분양 아파트 분양광고가 붙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약속을 지키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란 현수막 문구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송학주 기자

  ◇미분양 무덤 '용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내년엔 더 큰일?
 '버블세븐'에서 '반값세븐'으로 추락한 후 수도권 최악의 미분양 무덤지역으로 통하는 용인 부동산시장도 9·10대책 기대감이 오히려 실망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미분양 아파트 구입 시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주겠다는 9·10대책도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용인시 신봉동 B공인 관계자는 "양도세는 집값이 올랐을 때 혜택을 보는 건데 계속 가격이 떨어지다보니 손님들도 (양도세) 혜택은 물어보지도 않는다"며 "용인 미분양 물량은 파격적인 할인분양에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할인된 가격에 사도 3~4개월만 지나면 인근 시세가 할인된 분양가 아래로 형성되는데 누가 사겠느냐"며 혀를 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래도 뚝 끊겼다. 용인에 중대형 아파트가 단기간에 집중된 탓이다. 대형 평수가 몰려 있는 용인시 성복동은 하락폭이 더 컸다. 실제로 성복동 'LG빌리지' 전용면적 164.42㎡는 2007년 8억70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 11월에는 절반 수준인 4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인근 육교 위에 미분양 아파트 광고가 붙어 있다.ⓒ송학주 기자

 당분간 용인아파트값은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 만한 마땅한 대형 호재가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내년엔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면제혜택도 사라진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취득·양도세 감면혜택 종료 후 부동산매매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하지만 가격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신도시들의 매력은 여전하기 때문에 중소형 위주 공급이 계속되면 수급불균형으로 중대형이 다시 인기를 끌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니투데이 용인(경기)=송학주기자, 이재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