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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MB 면접보듯 후진타오 앞에…中 외교 무례의 극치

물곰탱이 2009. 10. 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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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용의 발톱

 

중국 대륙을 보면 해안선이 활 모양이다. 양쯔강은 화살 같다. 어느 중국인은 중국의 웅비(雄飛)를 설명하면서 “활에 양쯔강을 걸어 태평양으로 쏘는 기세(氣勢)”라고 묘사했다. 중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대국(大國)주의다. 그런 화살이 서해를 넘어 한반도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 경제·군사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대(大)문명국이 되어 한국의 전략적·정서적 동반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옆방의 거대한 코끼리가 되어 벽을 쿵쿵 밀어댈 것인가. ‘신(新)중국’ 60주년을 보내면서 걱정스러운 질문을 던져본다.

지난 10일 베이징 국빈관에선 한·중·일 3국 정상의 환담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정상회의를 마친 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것이다. 정상회의 좌석 배치는 3각형이었다. 그런데 정상환담에선 후진타오 주석이 한쪽 테이블의 중앙에 앉고 그 앞 테이블에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가 나란히 앉았다. 1대 2 배치는 만찬까지 이어졌다.

1대 2 배치는 국제외교에서 전례가 거의 없고 상대국에 상당한 결례(缺禮)다. 미국은 중국보다 더 거대한 세계 제1의 강대국이다. 그런 미국의 대통령이 멕시코 대통령과 캐나다 총리를 그런 식으로 앉힌 적이 있는가. 한·일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였다면 중국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1대 2는 특히 한국에 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일본은 형식상 천황이 국가원수이므로 2인자인 총리가 그런 모양새로 앉았다 해도 자존심이 뒤집어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대통령이 국가원수다. 한국의 국가원수가 중국의 국가원수와 1대 1로 앉아야지 도대체 1대 2가 무엇인가. 면접시험이라도 보는 건가.

중국은 장소가 좁아 3각형 배치는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 애초 더 큰 장소를 골랐어야 한다. 그리고 후진타오가 출입문 쪽 하석(下席)에 앉으니 1대 2라 해도 별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는 것이다. 아니 사진으로 어디가 상석인지 어떻게 아는가. 그리고 누가 그런 걸 구별하나. 세상이 본 것은 중국 주석이 한쪽 중앙에 떡 허니 앉아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그림뿐이다. 중국이 이런 걸 몰랐을까. 중국은 의도적으로 이런 기형적 의전을 만들어 패권의식을 드러낸 게 아닐까.

신중국 60주년을 맞아 원자바오 총리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공(中共·현재의 중국)군의 묘를 찾았다. 원자바오는 마오쩌둥 전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의 묘에서 “이제 조국은 강대국이 됐으며 인민은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중국은 강대국이 됐다. 그러나 중공의 한국전 참전이란 인류도의적으로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나. 한국전쟁은 공산주의 진영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처음으로 공산혁명을 수출하려고 벌인 적화(赤化) 침략전쟁이다. 중공의 참전은 침략에 가세한 것이요 국제사회(유엔)에 대한 도전이었다. 중공의 참전으로 100만 명이 넘는 군인·민간인이 더 죽거나 다쳤다. 참전이 없었으면 한반도는 1950년 크리스마스 이전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됐을 것이다.

체코·폴란드 등 동구권은 푸틴이 웃통을 벗고 근육을 과시할 때마다 ‘곰의 발톱’을 떠올린다. 한국인에게는 ‘용의 발톱’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 중국은 이미 동북공정으로 고조선·고구려·발해의 역사성을 침범하고 있다. 한국인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때 서울의 중국인들이 한국 시민들을 집단으로 폭행한 걸 기억한다. 중국의 이웃 중에서 한국은 가장 문명적이고 가장 선량한 나라다. 한국은 윈윈(win-win)의 마음으로 용의 비상(飛上)에 박수칠 준비가 돼 있다. 그런 중요하고 반듯한 이웃의 국가원수를 중국이 그런 식으로 대접해선 안 된다. 그것은 대국답지 못하다.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용(龍)의 대접을 받으려면 한국부터 의연해야 한다. 대통령이 자존심을 양보하면 국민이 힘들다.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김진 기자

2009.10.18 18:58 입력 / 2009.10.18 19:02 수정

 

http://news.joins.com/article/350/3830350.html?ctg=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