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

[더반의 신화를 만든 사람들] 대중 앞에서 첫 눈물 이건희 회장

물곰탱이 2011. 7. 8. 10:19

chosun.com

 

[평창, 위대한 승리]
올림픽 유치로 '사면의 빚' 갚는 순간 울컥

 


[더반의 신화를 만든 사람들] 대중 앞에서 첫 눈물 이건희 회장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는 순간 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뻐하며 주변 사람들과 포옹하는 사이 이 회장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이 회장의 눈물에 그를 수행했던 최지성 부회장 등 삼성 최고경영진조차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회장이 작년 2월 부친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부친을 회고하며 인사말을 하다가 잠시 눈시울을 붉힌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중 앞에서는 대놓고 눈물을 보인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감정 변화가 잘 안 읽히는 무뚝뚝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이 회장이 눈물을 보인 이유는 뭘까?


이 회장을 수행한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기업인으로 숱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처럼 부담을 가진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 1년 6개월간의 유치 활동을 돌아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며, 동시에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덜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말 사면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면서 "국민과 정부에 빚을 졌으니 이번엔 내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알려진 대로 이 회장은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로 불거진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형이 확정된 지 4개월 만에 사면을 받았다.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어달라며 이례적으로 이 회장 한 사람만 사면해준 것이다. 일종의 조건부 사면이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도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고 이 회장을 사면해준 것"이라며 "이 회장도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평창 올림픽 유치를 국민과 정부가 자신에게 내린 명령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기업인으로는 그가 우리나라의 유일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라는 점도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삼성 경영보다도 평창 올림픽 유치에 더 신경을 썼다고 한다. 110명의 IOC 위원 대부분을 1대 1로 만났으며 국제 스포츠 행사 때에는 하루에 10명이 넘는 IOC 위원을 개별적으로 만났다는 것이다.


조형래 기자
입력 : 2011.07.08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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