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루 건너 밀밭/뒷동산 팔각정

이보게 친구.....

물곰탱이 2010. 10. 22. 23:34


 
이보게 친구.....
           

살아 있는게 무언가
숨 한 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가는 것인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밭에 
자네 추억 씨앗뿌려
사람 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가지 계획과 만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 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글 / 西山大師 / 休靜 (1520~1604)
사진 / Blue Gull / 양산 통도사

http://blog.daum.net/yunsb/7677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