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

인구감소·도심회귀에 올드타운된 '일본 분당'

물곰탱이 2010. 8. 21. 09:15

인구감소·도심회귀에 올드타운된 '일본 분당'

[르포 - 日부동산을 다시본다<1-2>]일본 신도시의 '꿈과 좌절'

도쿄(일본)=송복규 기자, 조철희 기자 | 08/19 08:13 | 조회 43287

일본 도쿄 신주쿠역에서 급행전철(게이오선)을 타고 40분. 도쿄권에서 가장 먼저 개발돼 1971년 입주를 시작한 다마신도시에 도착했다. 다마신도시의 중심부인 다마센터역 입구에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젊은 부부부터 청소년, 대학생, 중장년층 등 다양한 연령의 인파가 북적였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신도시 내부를 둘러보는 내내 눈에 띈 주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파가 몰리는 도쿄 도심과 대조를 이뤘다. 일본 현지인들에게 들은 '다마신도시=노인들만 사는 유령도시'라는 말이 떠올랐다.

신도시에서도 입주한 지 오래된 단지일수록 적막감이 더했다. 고층아파트보다 과거 우리의 잠실 일대처럼 4∼5층짜리 단지가 주를 이뤘다. 70년대 초 입주한 단지에선 보행기구에 몸을 의지한 채 천천히 걷는 노인, 손자 유모차를 끌고가는 노부부 외에는 다른 연령층의 주민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내 상가에선 문을 연 가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도시 곳곳에는 임차인과 매수자를 찾는 광고판이 들어서 있었다.

◇올드타운으로 전락한 꿈의 신도시
일본은 60년대 고도성장기 오사카, 도쿄 등 대도시의 인구집중과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도시를 개발했다. 61년 오사카 북부권에 조성된 센리신도시는 일본 최초 신도시다.

이어 오사카 남부에 센보쿠, 서부에 호쿠세쓰 등 신도시가 개발됐다. 도쿄권에선 다마(서부) 지바(동부) 쓰쿠바(북부) 요코하마 고호쿠(남서부) 등 신도시가 줄줄이 조성됐다.

이번에 찾아간 다마신도시는 일본의 수도 도쿄 도심에서 서쪽으로 25∼40㎞ 떨어진 위성도시로 우리의 1기 신도시인 분당과 비슷하다. 다마신도시 규모는 2853만㎡로 계획가구수는 8만7566가구, 계획인구 34만2200명이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1964만㎡ 면적에 계획가구수 9만7600가구, 계획인구 39만명 규모의 도시다.

다마신도시는 70년대 초 일본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 '꿈의 신도시'로 알려지면서 한국의 신도시 분양 때처럼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47∼49년에 태어난 전후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세대'가 신도시로 대거 이동해 가구를 꾸렸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가구규모가 축소되고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줄면서 다마신도시의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계획인구는 34만여명이지만 현재 인구는 21만명에 불과하다. 신도시 조성 초기 입주한 단카이세대는 노인이 됐고 이들 자녀는 도쿄 도심으로 떠나면서 일본에서는 '올드타운'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주민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다마신도시 내 학교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다마신도시에 살며 택시운전을 하는 후쿠하라 세이치씨(49)는 "20년새 초등학교 5곳, 중학교 5곳이 각각 폐교됐다"며 "폐교 가운데 일부 건물은 노인들의 건강상담과 치료 등을 주로 하는 복지시설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 "도쿄로, 도쿄로"…신도시 인구 계속 감소
이처럼 신도시 인구가 감소한 것은 일본 젊은층이 직장과 가까운 도쿄 도심에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도심에 비해 의료, 쇼핑, 문화 등 편의시설 이용이 불편한 점도 젊은층의 '탈신도시' 요인이다.

다마를 비롯한 대부분 신도시에서 도심까지는 전철로 1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교통비가 비싼 것이 신도시 인구감소의 직격탄이 됐다. 실제로 신주쿠역에서 다마센터역까지 편도 전철요금은 330엔으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500원이 넘는다.

다마신도시에서 살다가 3년 전 도쿄로 집을 옮긴 회사원 가즈히사 구로다씨(32)는 "다마에 살 때는 회식이나 친구모임 등이 늦어져 마지막 전철을 놓치면 집에 가는 걸 아예 포기했다"며 "평소 전철 이용요금도 부담이 되지만 택시를 타면 톨게이트 비용을 빼고도 1만3000∼1만4000엔(17만∼19만원선)은 족히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다마신도시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젊은 주택 수요자들이 도쿄 도심을 찾아 떠나면서 일본 내 주요 신도시의 현재 인구는 조성 당시 계획한 인구규모에 크게 못미친다.

오사카 인근 센리신도시의 계획인구는 15만명이지만 최근 인구수는 8만9500명으로 줄었다. 도쿄 인근 지바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계획인구는 19만4000명이지만 현재 거주인구는 8만9000여명에 불과하다.

도쿄에서 35년째 거주하며 중개업을 하고 있는 파이이스트부동산 박석훈 사장은 "거품붕괴로 도쿄 도심 내 집값이 떨어지면서 신도시를 떠나 도쿄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단적으로 일본의 전체 인구는 계속 줄고 있지만 도쿄 인구는 8년째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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