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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광우병 괴담, 2010년 천안함 괴담

물곰탱이 2010. 5. 11. 18:57

 

 

[사설]2008년 광우병 괴담, 2010년 천안함 괴담

 

기사입력  2010-05-11 03:00  기사수정 2010-05-11 03:00

 

2008년 5월 한국에는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인간 광우병 걸려 죽는다’는 협박성 괴담이 난무했다. MBC ‘PD수첩’이 ‘목숨을 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합니까’라며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왜곡 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PD수첩’ 내용과 인터넷의 ‘광우병 괴담’에 놀란 10대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명박 정권 출범으로 좌절감을 맛보던 세력이 ‘광우병 대책회의’라는 간판을 내걸고 정권을 흔들기 위해 선동과 폭력에 나선 사실을 순진한 아이들과 시민은 미처 몰랐다.

 

좌파 매체와 일부 지식인, 명색이 전문가까지도 광우병 촛불시위를 부추기거나 지지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2008년 5월 인터넷 매체 인터뷰에서 “미국인과 같은 쇠고기를 먹기 때문에 우리도 안전하다는 것은 유신시대 사대주의적 발상이다. 광우병 후진국인 미국의 쇠고기 기준은 결코 세계 안전기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신문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 쇠고기 자체가 위험하다고 한 게 아니라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통상 조건이 우리나라에 불리하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전문가답지 않은 발뺌이다.

 

광우병 전문가도 아닌 진중권 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99.9% 안전하다는 주장에 “그럼 0.1%의 위험은 있다는 이야기인데 (한국) 인구 4500만 명의 0.1%면 4만5000명”이라는 식으로 궤변을 늘어놓으며 촛불시위를 중계 방송했다. 이른바 ‘촛불문화제’ 때 10번 이상 연단에 섰다는 한모 양(당시 여고생)은 최근 “당시 읽은 편지는 ‘나눔문화’라는 단체에서 써줬고 단체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점유율은 33%에 이른다. 수입 쇠고기 소비자 3명 중 1명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 셈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주장을 편들었던 수많은 학자 언론인 지식인들은 왜 가만히 있는지 궁금하다. 광우병은 소멸돼 가는 질병이라는 점을 세계 과학계가 인정하고 있다. 지식인으로 응분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2년이 경과한 지금이라도 나이 어린 학생과 비전문가인 시민을 오도한 점을 대중 앞에서 사과하고 반성해야 마땅하다.

 

요즘 나도는 ‘천안함 괴담’도 과학적인 증거를 무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국의 조사결과 천안함이 외부 공격에 의해 침몰됐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좌초설, 우리 해군 기뢰 폭발설, 심지어 우리 해군이나 미군의 오폭설 같은 괴담들이 퍼지고 있다.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은 모두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천안함 괴담 역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좌파언론이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상철 씨(서프라이즈 대표)는 지난달 27일 현장을 둘러본 가족이 해도(海圖)를 가리키며 찍은 손가락을 “해군 관계자가 좌초 지점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이라고 왜곡했다. 최종 진상규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광우병 사태 때처럼 망신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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