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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물곰탱이 2009. 5. 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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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등산을 하던 중 언덕 아래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숨졌다. 노 전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경호원 1명과 봉하마을 뒤 봉화산에서 등산을 하던 중 부엉이 바위에서 경호원을 제치고 아래로 투신했다.

◇사망 시각=노 전 대통령은 당시 머리 부분을 크게 다쳐 오전 7시 5분께 인근 김해 세영병원으로 옮겨진 뒤 8시 13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양산 부산대 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회복이 안돼 결국 9시 30분께 심폐소생술을 중단, 숨졌다. 처음에 병원까지의 이송은 경호원들이 직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구조 신고가 들어온 적도 출동한 적도 없다며 측근이 직접 이송한 것 같다고 밝혔다.

◇유서=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노 전 대통령이 짧은 유서를 남겼다”고 말했다. 유서에서 노 전 대통령은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책을 읽을 수도 없다. 원망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겠는가. 화장해라. 마을 주변에 비석 하나를 세워라”등의 내용을 담았다. 투신 직전 노 전 대통령은 경호원에게 “담배 있느냐?”라고 물었고 경호원이 “없다. 가져올까”라고 대답하자 “됐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라고 경호원이 밑을 내려다 보는 순간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원인=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 측은 23일 오전 11시께 병원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병원으로 옮겨진 뒤 9시 30분 심폐 소생술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또 서거 원인은 두부(頭部) 외상과 늑골 골절, 우측 발목, 골반 등의 다발성 골절이라고 밝혔다. 권양숙 여사는 이날 오전 9시25분께 병원에 도착, 시신을 확인한 후 실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산행을 나가면서 권양숙 여사 등 가족이나 측근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경호원 1명만 대통한 채 산행을 나갔다.

◇3일 전부터 식사 걸러=노 전 대통령은 숨지기 3일전부터 심한 정신적 압박 등으로 식사도 자주 걸러고 사저에서도 자신의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관 및 경호원들에 따르면 노 전대통령은 지인들과 노사모 회원들이 ‘힘내라’는 등 격려전화와 사저를 방문했으나 면담을 거절하고 반응도 없었다고 전했다. 노 전대통령은 특히 22일 오후 대검으로부터 “권양숙 여사를 23일 검찰에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고 극도의 심리적 불안을 보였다고 이들은 전했다. 노 전대통령은 그동안 끊었던 담배도 자주 핀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은 형 노건평씨의 구속과 후원자들인 박연차, 강금원씨의 잇단 구속에 이어 아들, 딸, 사위 및 아내인 권여사의 잇단 조사 등을 앞두고 극도의 정신적 불안상태를 보였으며 “정부가 너무한다. 모든 것을 안고 가고 싶다”는 넋두리도 해 왔다고 설명했다.

◇부엉이 바위는=경남지방경찰청은 23일 “노 전 대통령이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봉하 마을 뒷산은 바위가 많은 돌산이어서 그리 높지 않는 곳에서 떨어져도 바위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할 위험성이 높은 지역이다. 부엉이 바위는 사저 뒷편에서 경사 40도 정도의 비교적 가파른 언덕을 타고 오른 해발 100여m 지점에 있다. 사저와 직선 거리는 200여m다. 봉하마을에서 ‘사자바위’로 불리는 봉수대에(해발 130m)서는 440m 정도 떨어져 있고, 봉화산 정토원과도 250m정도 떨어져 있다.

◇경찰 후속조사 진행=경찰은 노 전 대통령의 정확한 등산경로와 사고경위 등을 조사중이다. 경찰은 또 경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시신 부검 가능 여부를 놓고 관계 부서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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