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루 건너 밀밭/뒷동산 팔각정

두 하인과 새끼줄

물곰탱이 2012. 3. 31. 23:25




 

두 하인과 새끼줄 "오늘이 섣달그믐이니, 약속한 대로 자네들은 내일부터 자유의 몸일세." 주인이 하인들을 불러놓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네. 오늘밤 이 짚으로 새끼를 좀 꼬아주어야겠네. 아마 이 일이 우리 집에서 하는 마지막 일이 될 걸세. 될 수 있으면 가늘고 질기고 길게 꼬아주면 좋겠네."

한 하인은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하인은 부지런히 새끼를 꼬면서 그를 나무랐습니다. "여보게, 불평은 그만 하게. 세상에 우리 주인 같은 분이 또 어디 있나. 게다가 내일부터는 우리를 자유의 몸이 되도록 해주시지 않았는가." 그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아주 가늘고 질기고 길게 새끼를 꼬았습니다. 그러나 불평을 하던 하인은 새끼를 대충 굵게 꼬고는 잠을 자버렸습니다.

주인은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했습니다. "여러 해 동안 내 집에서 고생이 많았네. 자네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우리 집 살림은 많이 늘어났네. 이제 자네들을 그냥 보내기가 섭섭해 선물을 좀 주려고 하네. 어제 밤에 꼰 새끼들을 가져오게. 그리고 광문을 열고 항아리 속에 있는 엽전을 새끼에 꿰어 가져가게. 그 돈으로 잘들 살기 바라네."

밤새 착실하게 새끼를 꼰 하인은 많은 엽전을 기쁘고 즐겁게 새끼에 꿸 수 있었지만, 불평불만만 늘어놓은 하인은 자신이 꼬았던 새끼가 굵고 짧아서 엽전이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제사 후회하며 억지로 엽전을 집어넣어 보았지만, 그나마도 새끼가 엽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자꾸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소금장수 / 황청원 시 / 조광재 작곡 / 슬기둥의 박영일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