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루 건너 밀밭/뒷동산 팔각정

Stenka Razin (스텐카라친)

물곰탱이 2010. 6. 1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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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Issak Levitan(Russia)



 Stenka Razin 


<스텐카라친>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민요이다. 스텐카라친은 1668년에서 1670년 봄까지 계속되었던 러시아 농민반란의 지도자이다. 농민군은 한때 챠리친, 아스트라한, 사라토프 등 주요한 지방을 점령하였지만 서구식으로 훈련받은 정부군의 반격으로 3년 만에 패배하였고 스텐카라친도 모스크바에서 처형되었다. 그 이후로 스텐카라친은 러시아 민중의 전설적인 영웅이 되었으며 그를 기리는 수많은 민요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초 독립군들이 즐겨 부른 노래 중 하나였고 70년대 소위 운동권과 가수 이연실이 번안해 불렀다.

페르시아로부터 납치한 아름다운 공주를 놓고 동료들의 단결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텐카라친 장군은 수많은 농민들이 보는 앞에서 사랑하는 그 공주를 볼가강의 굽이치는 물결 속으로 던져 버린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로 하여 이 노래는 더욱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지금도 러시아인들은 자기들끼리 술 마시러 가려는데 마누라 무서워서 못가면 스텐카라친 이야기를 하며 놀린다고 한다.

 

 



러시아 영화사의 전설적 거장 에이젠슈테인의 동명의 영화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합창 <스텐카라친>은 그야말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스텐카라친의 농민군은 볼가강가 차리친을 점령한다. 그런데 그 성 영주의 딸인 공주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스텐카라친과 농민군 모두 공주의 아름다움에 빠져 서로가 서로를 질투하고 의심하는 등 한 때 군기가 혼란에 빠진다. 다시 볼가강을 건너 탐욕과 압제의 다른 봉건 영주를 공격해야 하는데, 스텐카라친과 공주, 그리고 농민군들은 배를 타고 볼가강을 건너기 시작한다. 배가 강 한가운데에 이르자 스텐카라친은 공주를 두 팔에 안고 농민군들 앞에 선다.

“나는 공주를 사랑한다.
그리고 압제와 굶주림에 시달려온 여러분 농민들도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내 조국 러시아를 더 사랑한다.”

스텐카라친은 연설을 마치고 뚜벅뚜벅 뱃전으로 걸어가 공주를 볼가강으로 던진다. 슬로 모션으로 팔랑팔랑 공주가 떨어져내리고, 공주의 몸이 강물 위에 닿는 순간 우렁찬 남성 합창 <스텐카라친>이 들려오고, 말을 탄 농민군 수만명이 전속력으로 성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넘쳐 넘쳐 흘러가는 볼가강물 위에

 

스텐카라친 배 위에서 노래소리 들린다

 

페르샤의 영화의 꿈 다시 찾는 공주의

 

웃음 띄운 그 입술에 노래소리 드높다

 

동코삭의 무리에서 일어나는 아우성

 

교만할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주린다

 

다시 못 올 그 옛날로 볼가강은 흐르고

 

꿈을 깨친 스텐카라친 장하도다 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