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타노라(秋日遣興) - 김윤식
采山復釣水(채산부조수)
산에서는 나무하고 물에서는 낚시하니
於世果何求(어세과하구)
세상에 구하는 무엇이 있기나 하나?
身微不羇物(신미불기물)
지위 낮아 세상일에 걸릴 것 없어
而寡恩與讐(이과은여수)
은덕도 원한도 주고받은 것 적건마는
時復掩闈坐(시부엄위좌)
때때로 문을 닫고 틀어박힌 채
攢眉懷百憂(찬미회백우)
이맛살 찌푸리며 갖은 걱정을 하네.
家人問何故(가인문하고)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오는 식구들에게
答云性悲秋(답운성비추)
가을을 타노라고 둘러대었네.
김윤식 (金允植,1835~1922)
조선 말기의 학자이자 정치가 자는 순경(洵卿)이고, 호는 운양(雲養)이다. 온건 개화파로 갑오개혁 이후 외무대신을 지냈으며, 김가진과 함께 흥사단을 조직하였다. 저서에 《운양집》, 《음청사(陰晴史)》 등이 있다.
사진 / Blue G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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